4대종단 기도회 2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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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종단 공동결의문 강은 그대로 흘러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세상의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며 지난날 탐욕과 이기심에 빠져 악업의 굴레를 이어갔던 사실에 진실한 참회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고자 이곳 낙동강변에 모였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대자연이 가져다 준 ‘생명평화의 순리’와 ‘상생의 이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석음, 분노, 탐욕의 독심에 빠져 내 이웃과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훼손하며 살아왔습니다. 산을 뚫고 물길을 막는 것이 내 몸의 뼈를 깎고 혈맥을 막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장의 욕심과 편의를 위해 방관해왔던 우리의 안일함이 엄청난 환경재앙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있습니다.

강은 생명체입니다. 인간의 헛된 욕망을 정화하고 새와 물고기 등 생명을 잉태하고 보존하는 생명 그 자체입니다. 한 번 훼손되면 회복하기 힘든 것이 자연의 이치이듯이 강의 줄기를 막고 보를 쌓는 것은 강과 인간 그리고 자연의 순환 고리를 끊는 살생의 과정이며, 어떠한 경제적 논리로도 대신할 수 없는 무거운 죄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많은 종교인들과 환경단체, 그리고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목 놓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 또한 이러한 까닭에 있습니다.

또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주지하고 있듯이 4대강 개발 사업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친 바 있는 대운하 사업의 또 다른 이름이며 국토의 생명줄인 강물을 인위적으로 가둬 결국 우리가 딛고 있는 대지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무모한 국책사업입니다. 제대로 된 환경 평가나 예산심의 조차 없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여하는 4대강 사업은 과거에 해왔던 여러 국책 사업과 달리 국토의 근간을 흔들고 자연의 본성을 파괴한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가 이미 재앙입니다.

이러한 재앙을 수수방관한 우리 종교인들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합니다. 종교도 제 구실을 못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교조차도 경제 논리에 함몰된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현 정부의 무모한 개발 정책에 대해 이토록 무력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무서울 게 무엇이 있어 수수방관만 하겠습니까. 적어도 세간 사람들과는 달리 인간다운 삶의 한 버팀목은 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에게 생명 · 평화에 대한 수호는 종교적인 의무이자 도덕적인 요청입니다. 이제 이러한 종교인의 소명에 따라 생태와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 지금 낙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풍경들이 우리 발아래에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다음세대에 올 사람들은 우리를 향해 그 집행자이며 공범이며, 방조자라고 부를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간절히 요청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민심을 외면하고 저버린다면 우리 종교인들은 온갖 불의로 점철된 4대강사업을 전국 곳곳의 사찰, 교회, 성당, 교당에서 모든 종교인들이 온 국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끝까지 저지해 나갈 것임을 결의합니다.

 

2010.3.15  경천 강변에서 

2010년 3월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