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스님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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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 얼음 보다 차가운 불 위에
몸을 내려놓으셨을 그 시간에
저는 스님께서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가셨을  
놀빛 고운 낙동강변에 서있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모래 언덕, 눈을 찌르는 모래바람이
스님께서 남기신 마지막 전언이었음을
저희들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빈 배 저어 편히 가시옵소서.

 

2

선문에 들어 면벽 중이던 한 수행자가 낙동강변에 앉아 불꽃 속에  조용히 몸을 나투었습니다. 이 땅에 불교가 들어 온 1600년의 역사에 처음 일어난 일이기에 사람들은 당혹해하고 저 역시 한동안 스님의 열반 소식이 당혹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지난밤 저는 조계사에 마련 된 분향소에 가서 향을 올렸습니다. 분향소는 조용했고 보살님들이 목탁을 치며 분향소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수경스님께서는 불편하신 몸으로 지팡이를 의지하고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계셨습니다.

스님을 뵙자 오랫동안 참았던 속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산문을 등지고 홀로 가는 외로움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 속에 서서 온갖 비난과 조롱에 헤매 일 때도 지금처럼 서럽지는 않았습니다. 우리와 함께 계단에 서고 우리와 함께 좌복을 나누어 앉았던  도반스님이 중생을 향한 연민을 이기지 못하고  불꽃 속으로 떠났지만 지금 우리는 너무나 무감하고 스님 가시는 길의 배웅은 소홀하기 그지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스님께서 마지막까지 눈에 담아가셨을 무너지고 있는 강가에 남겨져있습니다. 스님께서 행으로 보여주신 것은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혹한 역사와 스님께서 보여주신 열반이 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서러워하지 만은 않으렵니다. 깨달은 이는 언제 어느 때나 자유자재하고 변함없이 자비를 베푸시는 이기에 한 몸을 나투어 수천의 생명을 구하려는 스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스님을 사바의 땅에서 보내 드려야 할 시간입니다. 부디, 이 사바에서 본 모든 아픔들을 눈가림하시고 영면에 드소서 .      불기 2554년 6월 4일  지율 합장

 

3

선거가 끝나자마자 정부에서는 여봐란듯이 4대강 홍보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여론은 여론조사로 정리된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이번 선거는 많은 것을 느끼게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선택과 이 사회의 진행방식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선거가 끝난 요 몇일, 강가에 나가면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많이 느낍니다. 모내기를 끝낸 지역주민들이 강가에 많이 나와계시고 그동안 말없이 감내하고 계셨던 가슴앓이가 조금씩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기고도 지는 싸움을 너무 많이했습니다. 저들의 간교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늘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문수스님은 당신의 마지막 유언을 3곳에 써놓으셨다고합니다. 자신의 옷과 방바닥, 그리고 수첩에.... 스님께서는 4대강 사업이 어떤 일인지 명민하게 꿰뚫고 계셨으며 추호의 의혹도 없이 몸을 나투어 증거하신것입니다. 스승과 도가 같으면 도는 사라진다고 하였으며,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해야만 시방 세계를 걸을 수 있다 하였습니다. 앞서간 이의 뜻이 그러하기에 잠시 머뭇거렸던 행장을 고쳐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