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 팔당 농민들의 투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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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티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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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에 맞서 3년 4개월간 투쟁했던 팔당 농민들의 농사이야기

 

2일 오후 경기 양평군 꼰벤뚜알 프란치스코수도원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에 참석한 서동일 감독(가운데)과, 두물머리 마지막 농민들인 임인환(왼쪽부터)·김병인·서규섭·최요왕씨.

2일 오후 경기 양평군 꼰벤뚜알 프란치스코수도원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에 참석한 서동일 감독(가운데)과, 두물머리 마지막 농민들인 임인환(왼쪽부터)·김병인·서규섭·최요왕씨.
다큐 ‘두물머리’ 제작한 서동일 감독

정부의 일방적 4대강 사업 막고 ‘생태학습장’ 민관협의 이른 과정
90분에 담아 서울독립영화제 출품 “두물머리 지키고픈 마음으로 촬영”

 
“두물머리의 평범한 농민 4명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정부의 강제철거에 맞서 마지막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유기농 발상지인 두물머리의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신념을 놓치 않았기 때문입니다.”경기 양평군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민 4명이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에 맞서 3년4개월 동안 벌였던 농지보존 투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두물머리>를 만든 서동일(42) 감독은 2일 서울독립영화제(11월28일~12월6일)에 작품을 출품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4년 양평군 양수리로 이사온 서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9년 6월 4대강 사업으로 팔당 유기농지 보존 문제가 막 불거질 무렵이었다. 그는 농민단체인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쪽에서 홍보 영상물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선뜻 카메라를 들었다가, 지난해 8월 두물머리에 생태학습장을 가꾸기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작업에 매달리게 됐다.
 
1시간짜리 테이프 350개에 빼곡하게 담은 기록은 90분짜리 다큐로 완성됐다.“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가 두물머리 지역과 유기농의 가치를 알게 됐지요. 단순한 기록자가 아니라 두물머리를 지켜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촬영했습니다.”팔당 농민들의 투쟁에는 애초 북한강 둔치에서 유기농사를 짓던 남양주·양평지역 80여가구 농민들이 참여했다.
 
1년남짓 뒤 정부의 회유와 압력에 남양주쪽 농가들이 떨어져나간 뒤 양평쪽 11가구만 남게 됐다. 이 가운데 7가구도 2010년 12월 정부안을 수용하면서 마지막 4명만 남아 버텼다.서 감독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놓고 ‘국가하천부지이니 정부가 좌우할 수 있다’는 국가 권력에 맞서, ‘오래 농사를 지어온 주민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는 농민들의 저항”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유기농이 ‘수질오염의 주범’이라고 몰아붙이며, 농민들을 고소·고발하고 강제철거(행정대집행)를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농민들은 끝내 굴복하지 않았다. 천주교 신부·신자들이 930일 동안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하며 버팀목이 됐고, 시민들도 두물머리를 찾아 텃밭농사를 지으며 ‘나도 고발하라’고 외쳤다.두물머리는 전국 4대강 사업지 가운데 유일하게 민관협의로 생태학습장을 가꾸기로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농민들은 대체농지 구입자금 융자를 받아 어렵게 농토를 마련했으나, 약속했던 영농시설 지원자금을 받지 못해 아직 농사를 시작하지는 못하고 있다.서 감독은 2005년 장애인의 성 문제를 다룬 영화 <핑크 팰리스>를 시작으로,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직당한 전국교직원노조 교사들을 담은 다큐 <거리의 선생님들>(가제) 등을 제작했다.양평/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