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 건립을 위한 한평사기

강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슬프게도 그동안 강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치 씨방에서 터져 나온 꽃씨들이
모태의 기억을 잊어버리듯
우리는 강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4대강 사업은 그런 우리의 망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기에 내성천 보존 운동은 모래강에 발을 담그고,
망각의 세계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강가 왕버드나무에 물이 오르면 우리에게도 봄이 왔고
하늬바람이 왕버들 숲을 지나면 물그림자도 함께 흔들렸다.
송사리는 그늘 드리워진 여울에서 물살을 거스르고
피리나 누치는 바위 밑 소가 있는 곳에 몸을 숨긴다.
검은등할미새는 초록 물가의 주인이다.
원앙 부부는 비에 젖는 초록 물살을 따라 헤엄쳐 간다.
멸종 위기 수리부엉이는 내성천 변 숲에 깃들어 사는 텃새이다.
검은 망토를 두른 희귀종 먹황새는 내성천에 찾아온 귀한 손님이다.
청둥오리도 내성천에서 겨울을 지낸다.
얼음 강에서 만난 수달가족은 내성천의 겨울 이야기를 전한다.
잠시 동안 내 렌즈에 머물러 주었던 이 작은 생명들은
내게 눈물 같은 슬픔이고 선물이었다.
비록 한 마리의 자벌레처럼 걷고
물살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흐름을 따라 흘러가지만
모래바람 날리는 강변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마음속 어딘가에 강이 흐르고
그 강 길을 걸어오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 기다림은
멀어져간 사랑처럼 그립고 너무 아프다.

위치 경북 예천군 용궁면대은리 482 번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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