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천대 강변에 붉은 깃대가 꼿혔습니다.
강은 숨죽여 고요하고 붉은 깃대만이 홀로 앞으로 이곳에서 일어날 일을 예감하듯 펄럭이고 있습니다.
저는 저 순결한 땅위에 꼿혀있는 붉은 깃대를 보며 ‘부처가 머무는 곳은 가지 말며 부처가 없는 곳에 급히 가라(有佛處不得往 無佛處急走過)고 하신 옛조사들의 말씀을 가슴에 주문처럼 되새겨 넣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이 사업을 시행하려고 하는 주체와 동력이 무엇인지 보았고 우리가 잃게 될 것이 무엇인지 주의깊게 경고하였습니다.
이제 그 모든 것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며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서 그동안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한가지 희망은 4대강 사업의 시행이 아픔의 매처럼 우리 모두를 각성시키는 계기가 되어 주리라는 믿음 입니다. 그러나 그 길이 순탄하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습니다. 겨울은 길고 강 바람은 차고 매섭기에 근신하고 옷깃을 여미고 다시 강으로 갑니다.
어찌 이곳을 흐트리려 합니까?